체중 감량을 위해 미승인 주사제를 맞은 호주 거주 32세 여성이 투여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급성 간부전 진단을 받고 한 달가량 입원 치료를 받았다. 여성은 간이식은 피했지만, 6개월이 지난 뒤에도 입원과 간 회복을 위한 약물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메건 핸콕스는 온라인에서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나다는 후기를 접한 뒤 주사제를 구매했다. 지난해 말 미용 시술을 받던 중 시술자로부터 중국산 펩타이드를 살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고, ‘레타트루타이드’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제품을 구했다. 적정 투여량을 알지 못했고 의사와 상의하지 않은 채 12월 24일 첫 주사를 맞은 뒤 나흘 후 두 번째 투여를 했다.

이후 심한 황달과 지속적인 메스꺼움·구토, 변비, 복부 팽만, 피로가 나타나 병원에 입원했다. 치료 과정에서 체중 증가와 탈모, 피부 궤양도 겪었으며 일을 그만둬야 했다고 핸콕스는 전했다. 다만 그가 사용한 제품의 실제 성분과 함량, 불순물 여부는 확인되지 않아 레타트루타이드 성분 자체가 간부전을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레타트루타이드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로, 식욕과 혈당·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GLP-1·GIP·글루카곤 수용체에 작용한다. 임상시험에서 체중 감량 효과가 보고됐지만 아직 정식 판매 승인을 받지 않았다. 일라이 릴리가 2026년 10월 28일 발표한 3상 시험에서는 제2형 당뇨병 환자 1298명을 대상으로 80주간 투여한 결과, 9㎎군은 평균 20.1㎏, 12㎎군은 21.5㎏을 감량했다. 오젬픽 2㎎군의 평균 감량은 9.5㎏이었다.

정식 승인 전 제품이 온라인에서 ‘레타’ 등의 이름으로 유통되면서 안전성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에서는 레타트루타이드 모조품 사용 뒤 사망한 사례가 보도됐지만, 해당 제품과 사망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레타트루타이드가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은 의약품이 아니며, 승인되지 않은 제품은 제조·품질 검증이 부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라이 릴리도 성분이 불분명하거나 유해한 불순물이 포함될 수 있다며 불법 유통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급성 간부전은 기존 간질환이 없던 사람에게 간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질환으로, 황달과 구토, 피로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악화하면 의식 저하와 출혈,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져 간이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바이러스성 간염과 약물 과다 복용, 약물·독성물질에 의한 간 손상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핸콕스의 사례는 미승인 제품 사용 뒤 중증 간 손상이 발생했다는 점을 보여주지만, 제품의 정체와 직접적인 원인에 관한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