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수면 중 뇌파가 서로 협응하지 못하고 짧은 거리만 움직이는 현상이 기억력 저하와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두피질에 알츠하이머병 관련 단백질인 타우가 많이 축적된 고령자일수록 이런 뇌파 양상이 두드러졌으며, 밤사이 새로 배운 정보를 다음 날 덜 기억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인간수면과학센터의 오메르 샤론 박사후연구원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깊은 수면 중 나타나는 느린 뇌파인 ‘서파’에 주목했다. 서파는 많은 신경세포가 함께 활동을 멈췄다가 다시 활성화되며 생기는 신호로, 전두피질에서 시작해 넓은 뇌 영역으로 퍼지고 낮에 습득한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과정에 관여한다.

연구진은 인지기능이 정상인 20대 초반 성인과 60대 중반부터 70대 중반까지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수면 중 뇌파를 뇌파검사(EEG)로 측정했다. 고령자 일부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전두피질의 타우 축적량도 확인했다. 참가자들은 저녁에 서로 연관된 단어 쌍을 외웠고, 연구진은 다음 날 기억한 단어 쌍의 수를 평가했다.

젊은 성인에게서는 여러 서파가 서로 협응하며 넓은 영역으로 이동했다. 고령자에게서는 서파가 이동하는 거리가 짧고, 서로 함께 움직이기보다 독립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컸다. 연구진은 이처럼 연결되지 않은 채 짧게 이동하는 뇌파를 ‘외로운 뇌파’라고 불렀다. 전두피질의 타우 축적이 많을수록 외로운 뇌파가 두드러졌고, 이런 뇌파가 많이 관찰된 참가자들은 다음 날 기억한 단어 쌍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 양상은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지 않은 고령자에게서도 확인됐다. 이들의 기억력은 연령에 따른 정상 범위였지만 타우 축적량에 따라 수면 중 뇌파와 기억력에 차이가 나타났다. 일부 참가자를 수년에 걸쳐 추적한 결과, 전두피질의 타우가 증가한 사람은 서파의 협응성이 떨어지고 새로 학습한 정보를 밤사이 유지하는 능력도 낮아졌다. 별도의 고령자 집단을 대상으로 한 뇌척수액 분석에서도 외로운 뇌파가 많은 사람은 타우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비율이 더 높았다.

연구진은 타우 축적이 뇌파의 협응성을 약화하는지, 뇌파 변화가 타우 축적에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타우, 깊은 수면 중 뇌파 변화, 기억력 저하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했지만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수면 중 뇌파 움직임을 분석하는 방식이 초기 기억력 저하를 이해하고 향후 치료적 개입을 연구하는 데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