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가 하루 평균 8.5명에 이르는 가운데, 한국장기이식연구단(KOTRY)이 12년간 축적한 환자 자료를 바탕으로 장기 배분 기준 개선과 기증 장기 활용을 뒷받침할 근거를 마련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과 KOTRY는 6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국가 장기이식 코호트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2014년 국립보건연구원 지원으로 출범한 KOTRY는 신장·간·심장·폐·췌장 이식 환자의 임상 정보와 생체자원을 수집해 왔다. 지난달 기준 등록 환자는 2만6571명이며 전국 88개 이식센터와 연구간호사 106명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 책임자인 양재석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국내 이식 건수가 세계 6위, 아시아 1위 수준이지만 장기 수급 불균형은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뇌사 기증자는 2020년 478명에서 2025년 370명으로 줄었고, 2024년 장기 기증 가족 동의율은 31.2%였다. 같은 해 이식을 기다리다 숨진 환자는 3096명이다. 고령 기증자의 장기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떤 환자에게 먼저 배분해야 하는지 판단할 국내 자료가 부족했던 점이 코호트 구축의 배경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신장 이식 분야에서는 한국인 기증자의 신장 상태를 평가하는 K-KDPI와 수혜자 상태 평가 지표를 개발했다. K-KDPI가 70% 이상인 확대 기준 기증자의 신장도 40세 이상·감작되지 않은·당뇨병이 없는 환자에게 이식하면 계속 대기하는 경우보다 사망 위험이 58% 낮았으며, 이 결과는 2021년 국가 장기 배분 체계에 반영됐다. 생체 신장 기증자 5490명 분석에서는 기증 전 고혈압이 있던 사람의 기증 후 단백뇨 위험이 1.77배 높았지만, 신장 기능 저하 위험은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다른 장기에서도 기준 개선을 위한 연구가 진행됐다. 심장 이식 환자 628명 분석에서는 65세 이상이라도 보행 능력을 유지한 환자의 생존율이 젊은 환자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폐 이식은 기존 응급도 분류가 실제 위험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확인해 새 판정 기준을 마련하고 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간 이식 환자 4265명 자료에서는 B형간염 표면항원 양성 기증자의 간을 이식받아도 예방 치료로 재발을 관리하면 음성 기증자 간 이식과 유사한 생존 성적을 보였다. 생체 간 기증자 832명 중 사망자는 없었고,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한 주요 합병증은 1.9%였다.

KOTRY는 앞으로 임상 정보에 유전체·영상·디지털 병리 자료를 더하고 건강보험·사망·암 등록 자료 등과 연계해 사망, 이식 장기 기능 상실, 급성 거부반응 등을 예측하는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환자가 체감하는 삶의 질과 피로도, 약물 복용 부담도 연구 지표에 반영할 예정이다. 양 교수는 코호트 자료를 AI 등으로 분석해 미래 예측과 환자 맞춤 정밀의료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