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양의 노래'를 통해 본 건강 이야기-6>

태양 아래 살 수 없는 소녀가 남긴 아름다운 노래

<태양의 노래>

일본 가마쿠라라는 조용한 해변 마을에 살고 있는 16살 소녀 카오루. 그녀는 태양 빛을 볼 수 없는 색소성 건피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어 낮과 밤이 바뀐 생활로 친구들과 학교에 가는 소소한 즐거움조차 누릴 수 없다. 해가 지면 기타를 들고 아무도 없는 역 앞 광장에서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부르는 것이 유일한 삶의 낙이다.

그런 그녀에게 아무도 모르는 즐거운 비밀이 하나 있다. 그것은 모두가 아직 잠자리에 있을 동틀 무렵에 친구들과 함께 정류장에 모여 서핑을 즐기러 가는 코지를 창문 너머로 보는 것이다.



유전적으로 태어나 6개월 이후부터 피부 변화

카오루는 몰래 바라만 보던 코지와 우연히 만나게 되고, 일출 직전 요코하마 해변에서 코지로부터 사귀자는 고백을 받는다. 카오루의 승낙을 받은 코지는 기쁜 마음에 곧 해가 뜰 시간이니 함께 일출을 보자고 제안한다. 그때서야 일출 시간 30분 전에 맞춰 놓은 시계 알람 소리를 듣지 못했던 카오루는 급히 집으로 돌아가지만 햇빛에 노출이 되고 만다.

이후 코지는 의학서적을 찾아보며 카오루가 앓고 있는 색소성 건피증에 대해 알게 되고, 태양이 뜨는 낮을 피해 밤에만 데이트를 즐긴다.

색소성 건피증은 햇빛을 받으면 얼굴, 손발 등의 피부가 붉어지고 반점이 생기며 말라 위축되는 유전성 피부질환이다. 20세 이전에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흑색종이 발생할 확률이 약 1000배 이상 증가한다. 인종간 남녀간 발생의 차이는 없다.

우리 피부 세포가 자외선에 노출되면 DNA의 손상이 일어나는데 정상의 경우 대부분 자동적으로 손상을 복구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색소성 건피증 환자는 이 손상을 복구하는 효소가 유전적으로 결여되어 있어 약간의 자외선으로도 피부에 문제가 생긴다. 환자는 출생시에는 대개 정상이지만 생후 6개월 이후부터 피부 변화가 시작하며 평균 1세에서 2세 사이에 일광 노출부위에 국한되어 홍반, 인설, 주근깨양 과색소성 병변이 나타나는데, 얼굴에서 처음 시작한다. 일광 노출부위에 주근깨, 흑자, 모세혈관 확장이 일어나며, 과색소성부위와 저색소성부위가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환자 수만큼 증상도 다양해

코지는 여름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전문 녹음실을 빌려, 카오루가 자신의 노래를 녹음해 CD로 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다. 코지의 약속에 힘들 얻은 카오루는 열심히 노래 연습을 한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기타를 잡고 있던 왼손에 힘이 빠지고 움직임이 둔해졌다. 의사는 “색소성 건피증의 초기 신경증상으로, 대뇌가 위축되기 시작했다”며 “조만간 전신마비가 진행되고 결국 죽게 된다”고 말했다.

색소성 건피증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서 30년 정도 먼저 죽게 된다. 13세까지 살 수 있는 확률은 90%이고, 40세까지 생존할 확률은 70%이다. 안과적 증상은 40%에서 나타나며 대개 눈부심 증상이 있으며 눈물을 많이 흘린다. 각막혼탁이 있으면 실명하게 된다. 색소성 건피증 환자는 세포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며, 이에 따라 조기에 피부암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뇌암, 폐암, 소화기암, 신장암, 혈액암 내부장기에 암이 발생할 확률이 10~20배 정도 높다. 또 무반사, 청력저하, 언어장애 등 신경계에서도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조기 진단이 중요… 빛은 철저히 피해야 해

“내 손은 이렇게 되었지만, 내 목소리는 들리지? 널 위해 노래할게”

카오루는 그렇게나 사랑하던 음악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남겨진 사람들은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그녀를 추억한다.

색소성 건피증은 아직 치료법이 없다. 그래서 조기에 색소성 건피증을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인 혈액검사로는 특이 소견을 보이지 않으며 특징적인 임상양상을 바탕으로 진단할 수 있다. 일단 진단되면 평생 일광노출을 철저히 피하고 자외선 차단지수(SPF)가 높은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피부암을 조기 발견하도록 하는 등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금주, 금연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