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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알아보는 건강 이야기-7] '로렌조 오일'

2024년 6월 13일 4: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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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신백질이영양증’ 치료제를 찾기 위한 눈물겨운 사투



세계은행 간부인 오도네와 아내 미카엘라에게는 다섯 살짜리 아들 로렌조가 있다. 1984년 갑자기 로렌조가 과민반응을 보이며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병원 정밀검사 결과 로렌조는 ALD(Adrenoleukodystrophy, 부신백질이영양증)라는 희귀유전병으로 진단받는다. 부부는 아들의 병을 고치려 하지만 치료법은커녕 병의 원인조차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1980년대 미국 의학계에 기적으로 기록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로렌조 오일(Lorenzo's Oil)은 1993년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었고,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5~10세에 발병해, 2년 내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병



로렌조는 학교에서 그냥 신경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친구들의 그림을 찢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인다. 증상이 점차 심해서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몇 몇 병원을 다니며 여러 차례에 걸친 정밀검사를 받아본 결과, 로렌조가 아직 치료법이 발견되지 않은 ALD라는 희귀병에 걸려 있으며, 길어야 2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선고를 받는다. 마케엘라는 로렌조가 이런 희귀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의사에게 “이 진단에 대해서 완전히 확신 하세요?”라고 묻는다. 의사는 “중상이 너무 뚜렷하다”며 “혈중 포화지방산 수치가 너무 높다”고 대답한다.



ALD는 성염색체인 X염색체 유전자 이상으로, 어머니를 통해서만 발생하는 유전병으로 몸 안의 '긴사슬 지방산(VLCFA, very long chain fatty acid)'이 분해되지 않고 뇌에 들어가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질환이다. 5∼10세 사이에 발병하는 '소아형'은 첫 증세로 감정의 기복과 위축 그리고 과잉행동 등의 정신심리 증상이 나타난지 6개월 만에 시력과 청력을 잃고 2년 내 식물인간이 된 후 결국 사망하게 된다.





아이가 앓고 있는 병의 전문가가 되다



로렌조의 부모는 ALD의 치료로 연구 중인 식이요법을 써보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의사가 환자수가 너무 적다거나 연구를 위한 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이유로 ALD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로렌조도 다른 ALD 환자처럼 점차 시력과 청력을 잃게 되고 결국엔 사지가 마비되고 사망에 이른다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아들이 앓고 있는 병에 대해 직접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직장까지 그만두고 도서관과 연구소를 오가며 세계 각국에서 발표한 의학서적과 논문, 잡지와 씨름한다. 그러던 중 로렌조의 병이 포화지방산의 수치와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되고, 올리브유와 평지씨(rapeseed) 기름이 이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알아낸다. 하지만 올리브유와 평지씨 기름을 그대로 사용하게 될 경우 독성으로 목숨을 잃게 되므로 별도의 처리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어느 의사도 확신이 서지 않은 이 일에 나서려 하지 않았다. 이들 부부 앞에 나타난 영국의 생화학자 수데비 박사는 9개월 간의 연구 끝에 올리브유와 평지씨 기름에서 추출한 올레산(glycerol trioleate)과 에루크산(glycerol trieucate)을 4:1로 섞은 혼합물를 추출해 내는데 성공한다. 오도네 부부는 이를 음식에 섞어 아들에게 먹인다. 드디어 포화지방산 수치가 기적적으로 줄기 시작했고, 결국 아들의 포화지방산 수치가 0으로까지 떨어졌다.



로렌조는 로렌조 오일(Lorenzo's Oil) 치료 후 10번째 생일을 맞이한다. 하지만 이미 손상된 신경세포는 회복이 되지 않았다. 여전히 말을 할 수도 없고, 스스로 침조차 삼킬 수 없다. 오도네와 미카엘라는 로렌조 뿐만 아니라 ALD를 앓고 있는 다른 아이들을 위해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 근본적인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기금을 모으고 함께 연구 할 학자들을 모아 신경세포 이식, 골수이식 등 다양한 연구를 시도한다.


ALD 치료의 궁극적 치료 방법은 골수 이식



영화 속에서 수잔 서랜든이 연기했던 실존인물 미카엘라는 2000년 6월 11일 폐암으로 사망하였고, 아들 로렌조는 2008년 5월 30세로 사망했다. 아버지 오거스토 오도네는 명예의학박사 학위를 받고 연구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가, 2013년 10월 25일 80세를 일기로 숨졌다.



ALD는 1932년 처음 발견된 이 후 유전질환이라는 사실만 밝혀졌을 뿐 아직까지 완벽한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영화 로렌조 오일의 미카엘라 오도네가 찾아낸 기적의 치료물질 로렌조 오일도 긴 사슬 지방산의 생성을 억제해 줄 뿐 신경세포의 파괴는 막지 못한다. 이들의 아들 이름을 딴 로렌조 오일이라는 약은 이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어 같은 병에 걸린 어린이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영화는 로렌조 오일 덕분에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과 감사의 말이 이어지면서 끝난다.



ALD는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조기 진단 시 조기 치료를 시행해 질병의 경과를 늦출 수 있다. 따라서 신생아 선별 검사에 ALD 질환의 도입을 추진하는 등 조기 진단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